2026년 10월 21일 수요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현금 격려금 12억 9,900만 원 — 법을 지키는 사람이 법을 어겼다면 누가 책임을 물을 것인가?

 

조희대 대법원장과 현금 격려금 12억 9,900만 원 — 법을 지키는 사람이 법을 어겼다면 누가 책임을 물을 것인가?

부제: 감사원이 확인한 대법원 예산 집행지침 위반,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혐의까지 따져야 하는 이유

2026년 10월 21일 | 시사·법치 칼럼

1. 법을 심판하는 사람은 누가 심판하는가?

법원은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기관이다. 법관은 법률에 따라 유죄와 무죄를 가르고, 재산권과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그중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를 대표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런 대법원에서 법령상 근거 없는 정기적 현금 격려금이 수년간 지급됐다는 감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액수가 무려 12억 9,900만 원이다.

나는 이 사건을 단순한 예산 집행 실수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돈이다. 공직자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려면 법령과 예산집행 기준을 지켜야 한다. 특히 법률의 의미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법부라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법을 위반한 국민은 처벌받는데, 법을 수호해야 할 최고 사법기관에서 위법·부당한 예산 집행이 확인됐다면 주의 조치만으로 충분한가?

2. 감사원이 확인한 12억 9,900만 원의 실체

2026년 8월 31일 감사원이 공개한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들과 법원행정처장에게 총 12억 9,900만 원을 현금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대법관들은 별도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으면서도 매달 평균 200만 원 안팎의 현금 격려금을 추가로 받았다.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매달 수백만 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그 지급 방식이다.

대법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법령에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의 정기적 격려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격려금을 사실상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를 집행지침 위반으로 판단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2024년 5월 이후의 변화다. 지급일과 금액에 차이가 생겼지만 정기적인 지급 자체는 계속됐고, 대법관별 연간 수령액 역시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등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격려의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규정 위반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3. 국가재정법 위반과 직권남용죄는 어떻게 다른가?

국가재정법 제45조는 중앙관서의 장이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이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국가재정을 사용하는 기관이다.

이번 사건에서 이미 확인된 것은 법령상 근거 없는 정기 격려금 지급이 자체 예산 집행지침에 어긋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어떨까?

이 범죄가 성립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남용했는가?

  •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들었는가?

  • 또는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했는가?

  • 그 결과가 직권남용으로 발생했는가?

격려금 지급을 결정하거나 승인한 사람이 누구인지, 해당 공무원이 위법한 집행을 지시했는지, 회계 담당자가 법령상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조희대 대법원장의 설명과 감사원 판단은 왜 다른가?

202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출관이 별도로 존재하며 자신은 격려금 지급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반면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최종적인 격려금 지급 결정은 대법원장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호철 감사원장 역시 집행지침상 격려금 지급의 주체는 기관장이며 기관장이 지급한 법적 효과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여기에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회계상 지급 주체라는 것과 실제로 모든 지출을 지시하고 위법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최종 지급 결정권과 집행 과정에 관한 설명이 서로 다르다면 그 차이는 객관적인 결재 기록과 회계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장 비서실을 거쳐 현금이 전달됐다는 관련 보도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다음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

누가 지급을 결정했고, 누가 승인했으며, 누가 돈을 전달했고, 최종적으로 어디에 사용됐는가?

이것은 정치적 견해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관의 회계 책임에 관한 문제다.

5. 직권남용뿐 아니라 횡령과 국고손실도 검토해야 하는가?

이번 사건에서 형사책임을 논하려면 직권남용죄 하나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만약 국가예산이 정당한 공적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됐거나, 담당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국가자금을 처분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횡령죄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국고손실 관련 범죄 역시 회계관계직원의 지위, 고의, 횡령·배임 행위, 국가의 실제 손실 등을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횡령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증빙이 불충분하다는 사실만으로 지급액 전부가 국고손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핵심은 돈의 최종 사용처와 지급 과정의 적법성이다.

2026년 10월 13일 조국혁신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횡령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사실도 보도됐다.

이는 형사적 책임을 따지는 절차가 제기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발 사실이 곧 범죄의 입증이나 유죄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러한 문제일수록 정치적 구호보다 회계자료와 법률적 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 감사원의 주의 조치로 모든 책임이 끝나는가?

감사원은 정기적인 현금 격려금 지급을 지침 위반으로 판단하고 법원행정처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행정적 주의 조치와 형사책임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의 조치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형사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감사원이 주의를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범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후속 검증이다.

첫째, 2022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격려금의 지급결의서와 관련 회계자료를 대조해야 한다.

둘째,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실제 지급 결정 구조를 밝혀야 한다.

셋째, 지급받은 돈이 재판연구관과 직원들의 격려에 사용됐는지, 수령자들의 사적 용도로 사용됐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넷째, 현금의 최종 집행 내역과 증빙 누락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확인된 행위가 국가재정법, 형법상 횡령·직권남용, 국고손실 관련 규정에 해당하는지 개별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여섯째, 조희대 대법원장뿐 아니라 이전 재임 기간의 책임자에게도 동일한 법률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해당 책임자의 직위와 관계없이 수사하고,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7. 법 앞의 평등은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선언한다.

이 원칙은 권력자의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사법부는 독립되어야 한다. 외부 권력이 재판의 결론을 좌우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은 회계감사나 적법한 형사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대법원장이든 장관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공직자가 국민의 세금을 사용했다면 그 근거와 절차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번 논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도 같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 동시에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법적 검증을 피하게 해서도 안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철저한 책임 규명은 서로 충돌하는 원칙이 아니다. 둘 다 법치주의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8.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책임 있는 설명이다

나는 이번 격려금 사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다시 생각한다.

법치주의는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국가기관 스스로 법령을 지키고, 잘못된 예산 집행이 확인되면 그 책임을 규명하는 데서 시작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격려금 지급 논란에 대해 자신의 관여 범위와 지급 결정 구조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역시 현금 격려금의 집행 과정과 감사 지적 이후의 개선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 결과 단순한 지침 위반이라면 지침 위반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면 된다. 형사범죄가 입증된다면 그에 맞는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반대로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범죄자 낙인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법률에 따른 책임 추궁이다.

맺음말 — 정의의 저울은 대법원장 앞에서도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12억 9,900만 원이라는 숫자는 가볍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사법부의 예산 집행과 책임성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시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다음의 원칙을 강조하고 싶다.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입증되면 대법원장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범죄가 입증되면 누구도 처벌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모든 행위를 무조건 옹호한다는 뜻이 아니다.

잘못을 투명하게 바로잡고, 법을 지키는 기관이 스스로 법의 지배를 받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조희대라는 개인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승패가 아니다.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사법부가 스스로 법을 지켰는가. 법을 위반했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그 질문에 회피 없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근거 자료 및 법률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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