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폐교를 주민의 일자리·배움·돌봄·문화가 살아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 홍천군 귀농귀촌협의회의 인적 자원을 활용한 농촌 생활문화 거점 조성 제안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님께.
홍천군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농촌에 정착한 분들이 지닌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가까이에서 보고 있습니다. 음악과 미술에 재능이 있는 분, 건축 분야에서 일해 온 분, 기업과 여러 직업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우리 농촌에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경험을 주민에게 필요한 교육과 서비스로 연결한다면 농촌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공연과 예술교육, 생활기술 교육, 세대 간 교류로 묶어 낸다면 도시 못지않게 풍성한 문화생활을 농촌에서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 출발점으로 강원도의 폐교를 활용한 **‘농촌 일자리·교육·돌봄·문화 거점 시범사업’**을 건의드립니다. 홍천에서 먼저 실행하고, 성과를 확인해 강원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방식입니다.
1. 홍천에는 이미 함께 시작할 사람이 있습니다
홍천군 귀농귀촌회원 가운데에는 음악적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홍천군 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단장을 비롯해, 협의회 ‘얼굴보기’ 행사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역량도 확인했습니다.
그 공연은 지역에 있는 재능을 연결했을 때 어떤 문화 활동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행사 때 한 번 만나는 공연을 정기적인 연습과 교육, 작은 음악회로 이어 간다면 주민의 일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술 분야의 재능은 주민 미술교실과 전시, 어르신의 삶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건축과 생활기술 분야의 경험은 집 관리 교육, 안전한 공구 사용, 주거환경 개선 상담 등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기업과 직업 현장의 경험은 농산물 판매, 온라인 활용, 회계 기초, 소규모 창업 교육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 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곧바로 강사나 돌봄 인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 의사와 경력, 교육 역량, 필요한 자격을 확인하고 역할에 맞는 사전교육을 해야 합니다.
귀농귀촌협의회는 이 사람들을 발굴하고, 주민 수요와 연결하고, 실제 프로그램으로 조직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2. 폐교를 주민이 매주 찾아오는 공간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폐교 활용의 성패는 건물을 얼마나 보기 좋게 고쳤는가보다, 주민이 무엇을 하러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공연장과 숙박시설을 만드는 방식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실부터 단계적으로 열어야 합니다. 지역 수요에 따라 다음 기능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첫째, 주민 일자리와 생활기술 교육 공간입니다. 농산물 온라인 판매, 사진 촬영, 포장과 상품 소개, 스마트폰 활용, 회계 기초 등을 교육하고 실제 판매자료 제작이나 일감 연결까지 이어 가야 합니다. 건축·생활기술 경력자는 주민 대상 기초교육과 상담에 참여하되, 전기·가스·구조 보강 등 전문 작업은 해당 자격과 책임체계를 갖춘 사업자가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음악과 미술이 일상이 되는 문화 공간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습, 소규모 합주와 악기교육, 주민 합창, 미술·공예교실, 작품 전시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귀농귀촌회원과 기존 주민,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도록 해 특정 단체만의 공간이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셋째, 어르신과 아이를 연결하는 생활 돌봄 공간입니다. 어르신 안부 확인, 디지털 이용 지원, 세대 공동 미술활동, 방과 후 문화 프로그램 등을 지역 복지·교육기관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아동 돌봄, 요양, 의료 서비스는 자격과 시설 기준을 갖춘 기관이 맡고, 협의회는 참여자 연결과 문화·생활지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방식이 적절합니다.
넷째, 귀농귀촌 정착과 주민 교류 공간입니다. 신규 전입자 상담, 생활정보 안내, 선배 귀농인과의 만남, 마을 공동활동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기존 주민의 농사 경험과 귀농귀촌인의 직업 경험이 서로 오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네 기능은 따로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민 미술교실에서 만든 작품을 작은 음악회와 함께 전시하고, 행사 운영과 홍보에 참여한 주민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3. 귀농귀촌협의회를 지역 인재와 주민 수요를 연결하는 운영 주체로 육성해 주십시오
협의회는 회원 명단을 보유한 조직에서 더 나아가, 지역 인적 자원을 실제 활동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 인재 목록’을 만들겠습니다. 회원과 지역주민의 참여 동의를 받아 전문 분야, 활동 가능 시간, 자격·경력, 강의와 실무 참여 의사를 정리하고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운영은 기존 주민과 함께해야 합니다. 마을대표, 귀농귀촌협의회, 문화예술 관계자, 복지기관, 청소년·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운영협의체를 구성하고, 이용 시간과 프로그램 선정, 이용료와 감면 기준을 공개해야 합니다.
협의회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음악·미술·건축·경영 등 분야별 참여 인재 발굴과 활동 연결
주민 수요조사와 프로그램 기획
강사·참여자 모집, 일정 관리와 현장 운영
지역 문화·복지·교육기관과의 협력
활동 실적과 회계 공개, 주민 의견 수렴
시설 대부와 프로그램 운영 위탁은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협의회가 운영을 맡는 경우에도 관련 법령과 공모·선정 기준에 따라 적격성을 갖추고 평가받겠습니다. 협의회의 법적 형태와 회계·고용 역량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적합한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등 운영체계를 검토하겠습니다.
4. 도·교육청·홍천군이 함께 추진하는 구조를 만들어 주십시오
폐교재산 활용은 도청 한 기관만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교육청 소관 폐교재산은 교육감과 관할 교육지원청의 활용계획 및 재산관리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현행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는 교육용시설·사회복지시설·문화시설·귀농어·귀촌 지원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도 사업계획서를 관할 교육지원청에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무상대부나 수의계약이 모든 운영자에게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업별 요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역할 분담을 제안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교육청·시군 협의 조정, 시범사업 설계, 운영비 지원과 성과평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관할 교육지원청: 후보 폐교의 활용 가능성 검토, 재산 사용 절차와 시설 변경 협의
홍천군: 주민 수요조사, 시설 정비와 교통 연계, 문화·복지·일자리 사업 연결
문화재단·복지기관·교육기관: 전문 프로그램과 인력 지원, 분야별 서비스 책임
귀농귀촌협의회 등 선정 운영조직: 인재 연결, 프로그램 기획과 일상 운영
아울러 통합지원시설과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을 추가하는 폐교활용법 개정사항은 2027년 5월 20일 시행 예정으로 확인됩니다. 현재 적용 가능한 제도로 준비하되, 향후 시행되는 제도와도 연계할 수 있도록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시설 공사보다 운영 인력과 접근성에 먼저 투자해 주십시오
농촌 문화공간은 건물이 있어도 운영할 사람과 찾아갈 교통편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첫째, 상근 운영 인력과 강사 보수를 예산에 반영해 주십시오. 사업 규모에 맞는 운영책임자와 프로그램 담당자를 두고, 시설관리·회계 업무의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정기적인 운영을 회원들의 무급 봉사에만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난방·전기·보험·청소·안전점검 등 기본 운영비를 확보해 주십시오. 특히 강원도에서는 겨울철 난방비와 제설비가 실제 이용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개관 비용과 연간 운영비를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주민의 이동을 프로그램과 함께 설계해 주십시오. 기존 버스·택시 등 적법한 교통수단과 연계해 마을별 이동 수요를 묶고, 공연·교육 종료 시각에 귀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공익 프로그램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자체 수입을 구분해 주십시오. 일반 강좌 수강료, 문화예술 체험, 허용 범위의 공간 이용료 등으로 일부 수입을 만들되, 취약계층 지원과 공공서비스 비용은 공적 재원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주민의 기본 이용권을 지키면서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6. 홍천의 폐교 한 곳에서 준비와 운영을 단계적으로 검증해 주십시오
우선 홍천군 내 활용 가능한 폐교 한 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제안합니다. 특정 학교를 미리 정하기보다 주민 접근성과 시설 상태, 사용 가능 여부, 운영비를 비교해 선정해야 합니다.
준비 단계에서는 도·교육청·홍천군·협의회가 실무협의를 구성하고 후보지를 검토합니다. 건축물 안전, 석면, 소방, 전기, 급수·위생, 화장실과 무장애 접근, 겨울철 진입·제설 여건을 확인하고 수선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동시에 주민 수요와 참여 인력을 조사합니다.
시험 운영 단계에서는 기존 마을회관 등 사용 가능한 공간을 활용해 음악·미술·생활기술 프로그램을 먼저 운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용 수요를 확인한 뒤 폐교의 필요한 공간부터 순차적으로 여는 방식입니다.
정식 시범운영은 개관 후 1년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을 제안합니다. 운영계약 기간과 갱신 조건은 별도로 적법하게 정하되, 성과가 확인된 사업은 다음 해 운영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연속성을 확보해 주십시오.
성과는 행사 횟수나 누적 방문객 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반복 이용 주민 수, 기존 주민과 귀농귀촌인의 공동 참여, 실제 지급된 강사·근로 보수, 교육 이후 일감 연결, 취약계층 이용, 이동 지원 효과, 주민 만족도와 회계 투명성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갖추기보다 수요가 확인된 프로그램을 키우고, 이용이 적은 프로그램은 조정하는 운영이 필요합니다.
7. 지사님께 다섯 가지를 건의드립니다
첫째, 강원도와 교육청, 시군이 참여하는 폐교 활용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주십시오.
둘째, 홍천을 대상으로 일자리·교육·돌봄·문화가 결합된 폐교 활용 시범사업을 검토해 주십시오.
셋째, 시설 정비비와 별도로 운영 인력·강사료·난방비·교통 연계비를 포함한 운영예산을 마련해 주십시오.
넷째, 귀농귀촌협의회가 지역주민과 함께 인적 자원을 조직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회계·고용·안전관리 역량을 지원해 주십시오.
다섯째, 공개된 기준으로 운영 주체를 선정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강원도 다른 농촌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주십시오.
지사님.
폐교에는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고 미래를 준비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 공간에서 어르신은 이웃을 만나고, 아이들은 악기와 그림을 배우고, 주민은 새로운 기술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홍천에는 그 일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만들어 낸 음악인, 미술에 재능이 있는 회원, 건축과 다양한 직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 온 주민들의 지혜가 더해지면 농촌의 문화와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홍천군 귀농귀촌협의회는 그 재능과 경험을 찾아 연결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묶어 내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운영 역량을 갖추고 책임 있게 참여하겠습니다.
폐교를 주민의 새로운 기회가 자라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일에 강원도가 함께해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2026년 11월 8일
홍천군 귀농귀촌협의회 사무국장 김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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