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농지 전수조사, 농민의 땅을 빼앗는 정책일까?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면서 농지를 귀농·지역소멸 대응의 자산으로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
작성일: 2026년 10월 3일
2026년 농촌에서 논쟁이 큰 정책 가운데 하나가 농지 전수조사입니다.
정부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보유하는 투기적 소유를 가려내고,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고령농과 상속농, 관행적으로 농지를 임대해 온 농민까지 처분대상으로 몰릴 수 있다며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은 농민의 땅을 빼앗는 정책일까요?
아니면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 즉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고 이용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현실에서 다시 살리는 조치일까요?
이 문제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만 고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농지조사 과정에서 투기성 농지가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그 농지를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저는 이 질문이 농지 전수조사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농지를 강제로 시장에 내놓게 한 뒤 누군가가 다시 사가는 것으로 끝난다면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가나 농지은행이 일정한 농지를 매입해 귀농인이 처음부터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원의 농지를 사지 않고도 농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귀농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각 지역의 귀농귀촌협의회와 선배 농업인이 멘토가 되어 정착을 돕는다면 농지정책과 귀농정책, 지역소멸 대응정책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 글에서는 그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사실 ― 농지조사가 곧바로 농지몰수는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국가가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농지는 일반 부동산과 달리 식량생산의 기반이기 때문에 실제 농업에 이용되도록 특별히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경자유전은 이번 정부가 새로 만든 원칙이 아닙니다.
제헌헌법 이후 이어져 온 우리나라 농지제도의 기본원칙입니다.
동시에 헌법은 농업생산성 향상과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이 정한 범위에서 임대차와 위탁경영도 인정합니다.
따라서 경자유전을
“농지 소유자는 어떠한 사정이 있어도 평생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라고 해석하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정부는 왜 전국 농지를 조사하고 있는가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정보 등 행정자료를 비교한 뒤 이상이 발견되는 농지는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경작 여부와 임대차 상태 등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특히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농지, 농업법인이 농업경영 목적과 다르게 이용한 농지, 투기성이 큰 불법임대나 무단 휴경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고령·상속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까지 일률적으로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정상화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향도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대상 농지 = 불법농지 = 즉시 처분
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농지조사의 긍정적인 면
가장 큰 장점은 농지를 실제 농업에 이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 개발 가능성이나 시세차익을 기대하면서 좋은 농지를 장기간 보유한다면 실제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농과 귀농인은 농지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 농지소유와 실제 이용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농지은행, 직불제, 농업경영체, 청년농 지원정책 등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농업법인의 이름을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뒤 사실상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는 편법을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투기농지를 확인하고 정상화한다는 정책목표 자체에는 경자유전이라는 헌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있다
문제는 농촌 현실이 법조문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평생 농사를 짓던 사람이 80세가 되어 이웃에게 농사를 맡긴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의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자녀가 도시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운기조차 들어가지 않는 맹지나 급경사지라 아무도 빌리려 하지 않는 농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농업의 규모화 과정에서 실제 전업농은 자신의 농지만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상당한 면적을 임차해 경작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개발예정지역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지를 취득한 투기자와 같은 방법으로 다루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근 KREI 연구도 청년과 신규 인력이 농촌에 정착하려면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경제활동 기반과 정착단계가 서로 이어지는 지원체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지조사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단속 이후의 정책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 보완책 ― 국가가 농지를 사서 귀농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정책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농지조사 결과 처분해야 할 농지가 발생했을 때 모든 농지를 민간시장에 다시 내놓는 대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농지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매입하거나 임차해 공공농지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농지를 바로 매각하지 않고 귀농 희망자에게 일정기간 저렴하게 임대합니다.
귀농인은 처음부터 농지를 사지 않습니다.
먼저 농사를 해봅니다.
저는 이것을 **‘귀농 테스트베드 농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왜 귀농인은 땅부터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한가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농지를 먼저 사는 것입니다.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결심하면
“땅부터 확보해야 한다.”
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농사는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딸기를 선택했는데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과수를 시작했는데 노동강도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 판로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농지를 수억 원 주고 샀다면 농업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농지를 먼저 소유하고 농업을 시험하는 방식
보다
농업을 먼저 시험하고 정착 가능성이 확인된 뒤 농지를 소유하는 방식
이 귀농 실패의 비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농지은행에는 이미 비슷한 제도의 씨앗이 있다
이 구상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만 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농지은행은 이미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청년농·귀농인 등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이 농지를 매입·임차해 청년농과 귀농인 등에게 매도하거나 임대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6년 맞춤형 농지지원도 확대했습니다.
경남 밀양에서는 스마트팜 창업수요에 맞춰 농지은행이 약 10ha의 집단화된 농지를 매입한 뒤 청년농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식의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을 위해 농지은행이 희망농지를 먼저 매입한 뒤 장기간 임대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소유권을 이전하는 선임대 후매도 방식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해당 사업 규모도 이전보다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따라서 농지조사와 귀농 테스트베드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는 기존 농지은행의 기능을 확대·연결하는 방식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구조는 ‘5단계 귀농 정착 시스템’이다
현재 농지정책과 귀농정책은 각각 좋은 제도가 있어도 서로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1단계 농지 확보 → 2단계 귀농 테스트 → 3단계 지역 멘토링 → 4단계 판로와 소득 검증 → 5단계 장기임대 또는 농지 매입
이라는 방식입니다.
1단계 ― 국가·농지은행이 필요한 농지를 확보한다
농지 전수조사 결과 처분되는 농지 가운데 영농조건이 양호한 농지를 선별합니다.
모든 농지를 국가가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상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농기계 진입이 가능하고, 농업용수와 배수가 확보되며, 일정 규모로 집단화할 수 있고, 실제 귀농수요가 존재하는 지역의 농지를 우선할 수 있습니다.
농지은행은 이미 공공임대용 농지를 상당한 규모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예산과 물량도 전년보다 확대됐습니다.
따라서 전수조사로 발생하는 농지 일부를 이 공공농지 체계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2단계 ― 귀농인에게 2~3년간 ‘농업을 시험할 권리’를 준다
귀농인의 가장 큰 위험은 경험 없이 큰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테스트베드 농지는 처음부터 매각하지 않고 일정기간 임대합니다.
예를 들어 2년 또는 3년 동안 농사를 직접 지어 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 기간에 귀농인은 자신에게 맞는 작목인지 확인하고 농산물 생산량과 품질, 노동시간, 매출과 비용, 판로를 직접 경험합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큰 부채를 지기 전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농업이 맞고 일정 수준의 소득 가능성이 확인되면 장기임대나 선임대 후매도 방식으로 다음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 구조는 귀농 실패에 따른 개인의 손실뿐 아니라 실패한 정책자금과 방치되는 농업시설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단계 ― 지역 귀농귀촌협의회를 멘토 조직으로 연결한다
농지를 빌려주는 것만으로 귀농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보 귀농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농사기술만이 아닙니다.
마을 주민과의 관계, 농기계 사용, 농자재 구입처, 지역 농협 이용, 품목별 출하처, 농업지원사업 신청시기 등을 처음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 지역의 귀농귀촌협의회와 선배 귀농인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각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귀농귀촌 조직을 단순 행사나 친목 중심이 아니라 귀농 정착을 돕는 멘토 조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멘토 한 명과 신규 귀농인 한두 명을 연결해 최소 1~2년 동안 함께 농사를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멘토는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메티가 스스로 농업인이 될 수 있도록 실패 가능성이 큰 결정을 먼저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홍천군은 이미 이러한 모델에 활용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홍천군을 예로 들면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를 연결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홍천군은 귀농귀촌 지원 조례를 통해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과 인구 유입, 농촌경제 활성화를 정책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또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해 예비 귀농인이 일정기간 실제 농촌에 거주하면서 영농교육과 지역생활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홍천군 자료에 따르면 이 센터는 2017년 이후 241세대 293명의 교육생을 배출했고 그 가운데 110세대 133명이 홍천에 정착했습니다.
홍천군은 별도로 귀농학교와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체류공간 + 교육 + 실습 + 선배농가 + 농지은행
을 연결할 기반은 이미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부족한 것은 이것들을 하나의 귀농 정착 경로로 묶는 것입니다.
4단계 ― 귀농협의회의 역할을 ‘정착 코디네이터’로 확대한다
현재 많은 귀농정책은 행정기관이 중심입니다.
행정기관은 정책자금과 교육을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귀농인이 마을에 들어와 겪는 문제는 행정서류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는 농업용 관정을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가?”
“농기계 작업은 누구에게 부탁하는가?”
“어떤 농협 작목반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가?”
“이 마을에서 주민들과 처음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같은 것은 선배 농업인이나 먼저 정착한 귀농인이 훨씬 잘 알려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귀농귀촌협의회가 행정기관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기술센터·농지은행·농협·마을·신규 귀농인을 연결하는 중간조직
역할을 맡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5단계 ― 2~3년 뒤 세 가지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테스트베드 기간이 끝났다고 반드시 농지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선택은 장기 임대입니다.
농사는 잘되지만 토지매입에 자본을 묶고 싶지 않은 귀농인은 계속 공공농지를 임대합니다.
두 번째는 선임대 후매도입니다.
농업이 안정되고 소득이 발생하면 일정조건 아래 장기간 임대하면서 매입대금을 분할상환하고 이후 농지를 소유합니다.
세 번째는 귀농 철회 또는 다른 작목 전환입니다.
농사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과도한 부채 없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 번째 선택도 정책실패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억 원의 농지와 시설을 산 뒤 실패하는 것보다 작은 비용으로 자신에게 농업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테스트베드의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농지정책과 지역소멸 정책을 왜 함께 보아야 할까
농촌의 문제는 농지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줄어들면 학교가 사라지고 상점이 사라지며 병원과 교통서비스도 줄어듭니다.
다시 생활여건이 나빠지면서 젊은 사람이 더 떠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따라서 귀농정책도 단순히
“몇 명이 전입했는가”
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5년 뒤에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입니다.
최근 KREI 연구 역시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 체험이나 일회성 이주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안정적인 경제활동 기반까지 단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농업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그 경제활동 기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결국 농지입니다.
그래서 농지 전수조사를 지역소멸 대응정책과 연결할 수 있다
농지조사를 통해 투기적 농지가 시장에 나오게 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농지를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다시 팔면 소유자만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지은행이 일정 농지를 확보한 뒤 귀농 테스트베드로 사용하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투기농지 정상화 → 농지은행 확보 → 귀농인 시험영농 → 지역 멘토 연결 → 영농소득 검증 → 장기정착
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농지정책은 단순한 단속정책에서
농업인 육성정책 + 귀농정책 + 인구정책 + 지역소멸 대응정책
으로 확장됩니다.
귀농 테스트베드는 마을과 기존 농업인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귀농인에게만 싼 농지와 지원금을 제공하면 기존 농민들이 역차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테스트베드 농지는 기존 농업인과 경쟁하는 방식보다 지역 농업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령농의 은퇴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후계자가 없는 과수원, 휴경지가 늘어나는 지역, 농촌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지역부터 우선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멘토로 참여하는 기존 농업인에게도 교육비나 활동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선배농가는 자신의 농업기술과 지역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작목도 지역이 필요로 하는 방향과 연결할 수 있다
귀농인이 아무 작목이나 선택하도록 하기보다 지역의 농업구조와 시장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딸기 시설이 이미 충분하다면 귀농인 모두에게 딸기를 권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지역에서 후계농이 부족한 품목, 공동선별장과 APC를 이용할 수 있는 품목, 로컬푸드와 학교급식 수요가 있는 품목이라면 신규 귀농인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테스트베드에 입주하기 전에
지역농업 수요 → 작목교육 → 시험재배 → 판로확보 → 규모확대
의 순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멘토·메티 제도도 평가가 필요하다
멘토링이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효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멘토의 경력과 작목이 메티의 계획과 맞아야 합니다.
딸기를 하려는 귀농인에게 벼농사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은 도움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작목 또는 유사작목, 같은 생활권, 실제 농업경력, 지역사회 이해도
등을 기준으로 멘토를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멘토 역시 활동일지와 교육성과를 기록하고 메티가 일정기간 뒤 독립적으로 농사를 운영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베드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생산량만이 아니다
귀농의 성공 여부는 수확량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다음 네 영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농업기술, 농업소득, 생활적응, 지역관계입니다.
농사는 잘되는데 판매하지 못한다면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농업소득은 괜찮은데 배우자가 농촌생활을 견디지 못하면 가족 전체가 떠날 수 있습니다.
소득과 기술은 좋은데 마을과 심한 갈등이 지속돼도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귀농 테스트베드는
농사를 시험하는 곳인 동시에 농촌생활을 시험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기존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과 농지를 연결하면 더 현실적이다
정부는 이미 도시민이 농촌에서 일정기간 거주하면서 일자리와 생활,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경험하도록 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따라서 완전히 별개의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살아보기 → 체류형 교육 → 귀농 테스트베드 → 장기 임대 → 선임대 후매도
처럼 기존 사업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여러 기관에 흩어진 지원사업이 하나의 귀농 경로가 됩니다.
정책의 전체 구조를 그려보면 이렇다
저라면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설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지 전수조사 → 투기·불법 이용 농지 정상화 → 농지은행 매입·임차 → 지역별 귀농 테스트베드 조성 → 귀농희망자 2~3년 임대 → 귀농귀촌협의회·선배농업인 멘토링 → 농업기술·소득·지역적응 평가 → 장기임대 또는 선임대 후매도 → 지역 정착
이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귀농인에게 처음부터 농지를 사라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사람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 소유를 결정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처분농지를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국가가 농지조사로 나오는 모든 농지를 매입한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또 정부매입 기대가 높아지면 오히려 농지가격을 왜곡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농지은행 매입은
귀농수요가 있는 지역, 농업생산성이 있는 농지, 일정 규모로 집단화할 수 있는 곳, 지역소멸 위험이 큰 지역
등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머지 농지는 정상적인 임대차나 민간거래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즉 공공매입을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 여러 출구 가운데 하나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테스트베드가 공짜 농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덕적 해이입니다.
농지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면 실제 귀농의지가 없는 사람이 지원사업만 이용하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임대료와 자기부담은 필요합니다.
다만 일반 농지시장보다 초기 부담을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차 낮은 임대료 → 2~3년차 단계적 인상 → 장기정착 후 정상적인 공공임대료 적용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농업은 사업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임도 함께 요구해야 합니다.
귀농인 선정도 단순 추첨보다 준비도를 볼 필요가 있다
테스트베드 농지가 한정돼 있다면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먼저 신청한 사람보다
농업교육 이수, 해당 지역 체류경험, 사업계획, 자기자본, 가족합의, 작목 이해, 멘토링 참여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초기 자본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제해서도 안 됩니다.
테스트베드 제도의 목적 자체가 초기 자산이 부족한 사람에게 농업을 시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주민과의 갈등을 막는 장치도 함께 필요하다
귀농정책이 실패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원주민과 귀농인을 별개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귀농인에게는 지원을 퍼주는데 평생 농사지은 우리는 무엇인가?”
라는 인식이 생기면 갈등이 시작됩니다.
따라서 테스트베드 정책의 멘토를 지역 기존 농민에게 맡기고 공동출하·작목반·농기계 공동이용·마을활동에 귀농인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귀농인을 새로운 경쟁자로 만들기보다 마을의 새로운 농업인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성공 여부는 ‘귀농인 숫자’가 아니라 정착률로 평가해야 한다
정책을 만든다면 성과지표도 달라져야 합니다.
한 해에 1,000명이 귀농했다고 발표하는 것보다
3년 정착률, 5년 정착률, 농업소득, 휴경농지 감소면적, 청년농·귀농인에게 공급된 농지면적, 기존 주민과 공동사업 참여율
등을 공개하는 편이 실제 정책효과를 평가하기 쉽습니다.
홍천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처럼 교육생 가운데 실제 지역 정착 인원을 함께 관리하는 사례는 이런 평가방식의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농지 전수조사의 부작용을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농지 전수조사는 잘못 집행하면 고령농과 상속농에게 불안과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분되는 농지를 단순히 시장에 되돌려 보내는 데서 끝내지 않고 농지은행과 귀농정책을 연결한다면 다른 결과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투기농지는 줄이고, 고령농에게는 합법적인 출구를 제공하고, 귀농인에게는 낮은 위험으로 농사를 시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에는 새로운 정착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순환구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농촌의 새로운 선순환 구조
고령농이 농사를 그만둡니다.
농지은행이 농지를 매입하거나 위탁받습니다.
예비 귀농인이 그 농지를 저렴하게 임차합니다.
지역의 선배농업인과 귀농귀촌협의회가 멘토가 됩니다.
귀농인은 2~3년 동안 농업과 농촌생활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면 장기임대나 선임대 후매도로 독립합니다.
마을에는 새로운 농업인이 생깁니다.
고령농은 안정적으로 은퇴하고 청년이나 귀농인은 과도한 부채 없이 농업을 시작하며 휴경농지는 다시 생산에 이용됩니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농지정책 → 귀농정책 → 농업인력정책 → 지역소멸 대응
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
농지 전수조사는 벌을 많이 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자유전 역시 등기부상의 소유자만을 따지는 형식적인 원칙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농지가 실제 농업에 사용되고, 실제 농사지으려는 사람이 그 농지를 이용할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정책을 평가할 때 다음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기농지를 몇 필지 적발했는가?
보다
그 농지 가운데 실제 농업인에게 돌아간 농지는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농지를 이용해 새롭게 농촌에 정착한 사람이 몇 년 뒤에도 농사를 짓고 있는가?
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론 ― ‘땅부터 사는 귀농’에서 ‘살아보고 농사짓고 결정하는 귀농’으로
귀농정책의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귀농인은
농지 매입 → 주택 구입 → 시설 투자 → 농업 시작
순서로 출발했습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농업과 지역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귀농 테스트베드는
지역에서 살아보기 → 공공농지에서 농사 시험 → 멘토와 함께 영농 → 판로와 소득 확인 → 장기정착 결정 → 그다음 농지 소유
의 순서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귀농 실패의 비용을 줄이고 실제 정착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농지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농지은행은 이미 농지를 매입·임대하고 있고, 선임대 후매도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지역에는 체류형 귀농교육과 현장실습, 귀농귀촌 조직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하나의 정착 경로로 연결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농지 전수조사의 최종 목적도 단순히 땅의 주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을 사람에게 농지를 연결하고, 그 사람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까지 확장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농지정책은 단속정책에 머물지 않고, 농업인을 키우고 귀농을 안정시키며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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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이 농지를 서둘러 매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계약 전 확인사항은 아래 글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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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농이 농지를 무조건 매각하지 않고 노후소득과 연계하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확인과 정책제안의 구분
이 글은 2026년 10월 3일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전수조사 자료, 농지은행 맞춤형 농지지원 정책, 선임대 후매도 제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 정착 관련 연구, 홍천군의 귀농귀촌 지원제도와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운영자료를 확인해 작성했습니다.
현재 농지은행이 농지를 매입·임차해 청년농·귀농인 등에게 공급하는 제도와 선임대 후매도 사업은 실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홍천군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귀농학교·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도 실제 제도입니다.
반면 이 글에서 제안한 ‘농지 전수조사로 확보되는 농지를 귀농 테스트베드로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지역 귀농귀촌협의회를 멘토 조직으로 결합하는 전국 단위 5단계 시스템’은 현재 그대로 시행 중인 하나의 정부정책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연결해 검토할 수 있는 정책 대안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이를 도입하려면 농지매입 대상과 가격기준, 대상자 선정방식, 임대기간, 기존 농민과의 형평성, 멘토 활동비, 귀농인의 의무, 중도포기 농지의 재배정 등 세부제도를 별도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 글은 특정 정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반대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농지 전수조사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을 살펴보고, 현재 존재하는 농지은행과 귀농지원제도를 활용해 어떤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정책 제안형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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